과학사와 과학철학은 과학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으로 메타 학문의 일종이다. 과학과 과학이 아닌 활동을 구분하는 것이 과학의 정의에 가까운 해법이며 과학 활동의 본질적 특징과 과학적 방법론이 갖는 특별함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이때 자연을 대상으로 한다는 대상적 측면과 사실을 추구하는 내용적 측면, 관찰이나 실험을 통한 방법론적 측면을 생각해야 하며 다른 학문에서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와 과학에서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무엇이 다르며 활동 경계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진화론이나 우주론처럼 과학의 모든 이론이 실제로 실험 가능하지 않지만 우리는 원리적 실험을 할 수 있고 과학 활동은 그 대상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이 아니라 방법론적 측면에서 다른 활동과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학적 방법론에 속하는 추론 방식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1.연역, 귀납, 귀추
(1)연역 추론: 연역 추론이란 보편적 원리로부터 개별적 사실을 이끌어 내는 추론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 시대까지 대표적인 과학적 방법론으로 사용되었다. 간단히 예시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명제1:모든 동물은 언젠가는 죽는다. 명제2:인간은 동물이다. 명제3:인간도 언젠가는 죽는다. 여기서 명제1을 대전제 명제2를 소전제라 부른다. 명제 3은 결론으로 삼단 논법의 형태를 띠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체계적으로 정립하였다. 대전제가 참이라면 아무리 추론을 하더라도 결론은 참이다. 따라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지 못하고 지식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지식과 원리를 추구하는 과학에서는 연역 추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2)귀납 추론:귀납 추론이란 개별적인 사실들에서 출발하여 일반적인 보편 명제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연역 추론의 한계점을 파악하고 대전제에 해당하는 원리들을 만드는 새로운 생각의 도구를 제시하였고 그것이 귀납 추론이다. 귀납 추론은 개별 명제로부터 보편 명제로 내용의 확장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개별 명제가 편견 없는 객관적인 관찰인 경우 그 결과인 보편 명제를 이끌 수 있다. 귀납 추론은 보통 자료 수집을 하고 공통점이나 규칙성으로부터 가설이나 원리를 얻는 일반화 과정을 거쳐 원리나 가설로부터 이끌어지는 예측을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따른다. 그렇다면 자료 수집에서는 당연히 객관적 관찰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관찰의 이론의존성이 없어야 한다. 자료 수집에서 아무리 많은 증거가 나와도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보편적인 법칙이나 원리로 이어지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귀납 추론은 과학적 방법을 대표하지 못한다.
(3)귀추 추론: 귀추 추론은 주어진 사실로부터 가장 그럴듯한 설명을 추론하는 방법을 말한다. 귀추의 과정은 먼저 놀라운 현상이 발견되고 가설을 세우고 그것이 참이라면 그 현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가설이 참이라고 생각할 만한 좋은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잠정적으로 참이라고 본다. 귀추는 어떤 것이 무엇일 것이라는 것을 제안하는 방법이다. 귀추 추론은 관측된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그럴듯한 가설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는 방법이다.
2.가설 연역적 방법과 반증주의
(1)가설 연역적 방법:과학의 탐구 활동은 추측이 포함된 가설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설을 여러 차례 검증하는 과정이 완벽한 검증이 된 것이라고 판단하기 힘들다. 이는 귀납 추론에서 일반화 과정에서 똑같은 과정을 겪는다. 아무리 가설을 검증해도 반박할 무언가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이 방법론의 한계를 보여준다.
(2)포퍼의 반증주의:영국의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논리적 오류를 피하는 방법론을 찾으려고 했다. 귀납이 아닌 방법으로 반증주의를 제안하였다. 반증은 가설이 틀렸다고 판명하는 것이다. 만약 반증에 해당하는 사례가 존재한다면 그 가설은 틀린 것이다. 개별적인 입증 사례를 성급하게 일반화하지 않고 반증 사례를 지속적으로 찾는 과정이 과학의 과정이라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바람직한 과학 이론이란 참과 거짓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가설이 참과 거짓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반증 가능성이 없다. 또한 모든 반증 가능성은 동일한 확률의 값이 아니다. 반증 가능성이 높은 가설일수록 그 가설의 적용 범위는 넒으며 일반적인 과학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과학 이론은 반증가능한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반증 가능성이 원리적으로 높은 대담한 가설이라고 칼 포퍼는 주장한다. 하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반증 사례가 나오더라도 과학자들은 보조 가설을 폐기하고 핵심 가설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쿤의 과학혁명 이론과 과학의 사회적 측면
과학의 논리적 측면에서 전개된 과학철학적 논쟁을 살펴보았으니 이제는 과학사적 전개 과정을 바탕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탐구하였던 입장 중 대표적인 이론인 과학혁명 이론을 살펴보자. 또한 과학자 집단이 소통과 의사 결정 방식으로 사회적 입장을 취하는 것도 함께 살펴보자.
(1)패러다임:과학 방법론에 대한 역사적 선회를 대표하는 학자는 토마스 쿤이고 그의 대표 학술 서적은 과학혁명의 구조이다. 그가 만든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는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 중 하나이다. 넒은 의미에서 패러다임은 이론, 법칙, 설명 모형, 가치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해되며, 좁은 의미로는 모범적인 사례에 해당하는 범례라는 용어로 이해된다. 과학 활동은 당시 상황에서 모범적인 사례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2)과학혁명 이론:당대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과학 활동을 이어가던 시기를 정상 과학 시기라고 불렀다. 이 시기에는 패러다임을 비판적으로 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에는 소극적이다. 하지만 변칙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점점 위기의 시기에 도래하게 된다.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고 이때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다. 이후 다시 정상 과학 시기가 등장하고 이를 쿤은 과학혁명이라 불렀다. 기존 이론과 새로운 이론 중 양자택일의 입장에서 한 가지의 선택만이 존재하게 된다.
(3)사회적 합의로서의 과학:오늘날 과학자들은 실제 과학 활동을 어떻게 할까? 패러다임을 소극적으로 수용할까?아니면 과학적 방법론을 충실히 이행할까? 하지만 최근에는 과학자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협업을 하며 하나의 사회를 구성한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 활동은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연구를 발표하는 과정까지 개인 과학자가 아닌 연구실 또는 거대 연구 집단 등 공동체를 이루어 수행한다. 1660년 영국의 왕립학회는 당시 과학에 관심있는 학자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연구를 발표하고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였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많은 학술 단체들이 존재하며 거의 모든 과학 연구의 결과는 학술단체 주관의 학술지 또는 학술 대회들을 통해서 발표한다. 과학 연구는 연구 집단을 통해 수행되고 학술지나 학술 대회 등의 동료 평가 과정을 통해 발표되고 공유된다. 이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이는 과학의 합리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